[18 북유럽] DAY1_준비 없이 시작된 여행, 헬싱키 (feat. 카모메 식당)
아무리 출장/휴가 전후 바쁨은 진리라지만, 떠나기 이틀전에 3개월간의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건 아니지 않아?
덕분에 호텔만 겨우 예약하고, 맛집(!)도 알아보지 못하고 핀에어 탑승. 우선 비행기에서 계획을 세우자며, 이 자료 저 자료 저장해놓은 노트북은 충전을 안해서 켜지지가 않네 ^^^^^^
덕분에 급하게 다운 받은 카모메 식당 정주행하며 핀란드로 떠납니다.
▶일본과 북유럽의 분위기는 이상하게 닮았다.
바쁘던 내 마음까지 여유롭게 만들어 주던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경이던 여름의 핀란드도 언젠가는 경험해보고 싶다. 원래 목적이였던 영화 속 여행지는 겨우 알바 알토 카페 한 곳 건짐.
▶잡채 존맛탱.
간단한 식사라길래 기대안했는데, 너무 맛있었던 핀에어 기내식. 초코파이 안먹고 싶어서 서로 옆사람에게 권하던 정 넘치던 기내.
▶내가 방문한 날의 헬싱키는 눈으로 뒤덮여있었다.
장거리 비행때마다 국적기 운이 없다. 모닝캄은 언제 다나요. 이번에도 대한항공 VS 핀에어에서 핀에어 승.그래도 이 좌석 패널 하나로 극복. 그렇게 북유럽 찬양이 시작되었다. 안내화면 하나에도 오오, 역시 북유럽! ㅋㅋㅋㅋ
2시경 헬싱키 반타 공항에 도착했고, 공항-The yard concept hostel까지 Regional single ticket(5유로) 구매 후 이동. (나중에 알았지만 앱으로 구매시 더 싸다. 4.2유로였던가)
2018/02/18 - [By myong/묘한 리뷰 _stay] - [핀란드|헬싱키] The yard concept hostel
▶헬싱키 숙박 정보.
마음이 바빴다. 4시에 해가 지는데, 난 그 때까지 사우나에 가서 석양을 봐야하니까.
발 동동!!! 카모메에서 얻은 여유따위 이미 사라진지 오래.
▶기차에서 내려 호스텔 가는길 풍경. 큰 나무, 큰 사람들. 어둑어둑한 길.
헬싱키에서 캐리어 끄는게 너무 어려웠는데, 유럽 특유의 울퉁불퉁 돌 타일+몇개월째 쌓인것 같은 빙판+미끌어지지 말라고 뿌려놓은 작은 자갈들. 길 상태가 정말 대환장이었다. 덕분에 팔 근육 득템.
도시가 작아서 다 걸어다닐 만 한데, 짐 많으면 조금 귀찮음. 어지간하면 택시 타려고 봤더니, 택시 탈거리도 아니고 기본요금이 만원이 넘어가길래 그냥 내 팔을 희생하자.
▶토요일 저녁 4시쯤 헬싱키 풍경.
호스텔에 짐 던지고, 부랴부랴 수영복+수건 챙겨서 사우나 가는길. 카메라 사용이 미숙해서 더 우중충하게 나왔다. 앞으로 10일간 여행 내내 이렇게 어둑어둑 (숙연)
▶트램과 버스, 그리고 또다른 대중교통수단인 페리. 길가 꼬마전구가 로맨틱해.
사우나 가는길에 시장(Kauppatori)이 열린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4시까지 운영인지라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고 없었다.
▶야외 sea pool이 있는 사우나에 가려고 하는데, 얼어붙은 발틱해. 나 괜찮은 걸까.
▶Löyly Helsinki 와 Allas sea pool 사이에서 엄청 고민하다, 숙소와 가까운 allas로 선택.
해가 질 때쯤, 수영장에서 바라보는 발틱해의 석양이 너무 아름답다는 블로거의 말을 맹신하고 선택했다. 수영복을 입고 핀란드식 사우나와 해수 수영장, 따뜻한 온수 야외 수영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어서 식사까지 할 수 있다. 난 선 사우나 후 맥주를 야심차게 계획하며 12유로 입장료를 내며 입장.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오니 이 정도 풍경.
샤워가운이 꼭 필요하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수영복과 맨살로 바람과 싸웠다. 수영장에서 김이 나서 따뜻해 보이지만, 들어가도 온 몸이 덜덜 떨린다. 온수 수영장이 이 정도인데, 실온 해수수영장에 들어가는 사람들 존경합니다.
▶카메라 설정때문에 사진 왜곡이 심하다. 실제 어둡기는 폰카 사진인 이 정도였다. 손이 너무 너무 떨려서 사진찍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온수 수영장이 2종류 (어른용, 어린이용) 인데, 수영을 못하면 들어가기 무서울 수 있다.
깊이가 165-170cm 사이 인 듯. 까치발을 하거나 벽에 붙어서 이동 가능하다. 모든 걸 내려놓고 수영해도 된다. 하지만 많이 추워. 머리 담그고 뺀 순간 머리카락 어는 듯. 아시안도 드물고 방수팩도 나 하나라 모두다 쳐다보길래 부끄러워하며 사진 찍기. 뿌옇게 이쁘게 잘 나왔다.
▶핀란드식 사우나는 우리나라 사우나와 비슷하다.
사우나 가운데에 달궈진 돌이 쌓여있고, 중간중간 그 돌에 물을 부으면 온도가 확 올라간다. 좀 있다 보니 물 붓는 사람에게 내적 샤우팅. '그만 부어!!!!!' 사우나 원리는 알지모답니다.
한국의 목욕탕과 비슷해서 실망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난 비슷해서 더 재미있었다. 미국 gym 사우나에 헐벗고 들어갔다가 창피를 당한 이후로 서구권은 서로 벗고 목욕하는 문화는 없구나. 라고 자리잡은 내 생각을 와장창 깨준 곳. 혼성사우나는 수영복을 입고 있지만, 여성사우나에선 수영복을 벗으신 분들도 많았다. 우리나라 건식사우나 보다는 습식사우나와 비슷하다. 조금 다른 점은 다들 조용조용 대화를 나눈다는 점.
사우나 창으로 석양이 보였는데,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라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혼자 묵묵히 눈에 담기.
맥주 한 잔만 있다면, 몇시간이고 앉아있을 수 있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로일라 사우나 가서 사우나+맥주 꼭 해보고 싶다.
▶수영장에서 사우나까지 거리가 제법 된다.
사우나-수영장 이동시 슬리퍼가 있으면 좋다고 해서, 쪼리를 챙겨갔지만 너무 귀찮아서 추워서 꺼내지도 못했다. 사진 속 남자 분도 거의 달려서 사우나 입장 하시는 중. 다들 추워 쥬금.
▶해가 완전히 진 헬싱키 야경. 아름답다.
야외 수영장을 좀 더 즐기고 싶었지만, 다들 삼삼오오 와서 외로웠다. 왕복 주행 4번정도 하고, 사우나도 한시간 정도 즐기니 온몸이 노골노골해져 저녁먹으려 나왔다. 날이 흐려서 완전한 석양을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Allas sea pool의 전경. 너무 추워서 흔들리지 않고 찍는 것이 불가능했다.
식당이 꽉차서 맥주는 마시지도 못하고 귀가. 배고파 죽겠어. 여러분 눈치채셨어요? 전 잡채 이후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답니다.
돌아가는 길 이곳 저곳 기웃되었지만, 다 포멀한 레스토랑 뿐이고, 주말 저녁이라 다들 차려입고 와인잔 기울이는 사람들. 악! 식당 정보 알아보지 않은 자의 최후.
그러다가 눈에 익은 곳을 발견했다. Alvar aalto의 'Academic Bookstore'
그 안의 Cafe aalto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티슈마저 아름다워.
▶Coffee 3.6유로, 연어케이크+샐러드 11.2유로.
▶8시에 문을 닫는데, 7시 반에 가서 한적했다.
알토의 건물에서 알토의 의자와 조명 아래 식사라니! 이 어찌나 사치스러운지. 시간이 부족해. 정말이지 그렇게 후다닥 일어나고 싶지 않았어.
▶Cafe aalto는 카모메식당에서 주인공과 그 친구가 만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자연광이 중정의 천창을 통해 실내에 들어온다.
공간 전체가 차분하고 아늑하다. 브론즈와 흰마블의 조합이 클래식하고 멋졌던 곳.
아카데믹 북스토어를 마지막 일정으로, 헬싱키에서 하루가 저물었다. 호스텔에 돌아와 다음날 일정을 짜는데 절망했다. 알바알토 하우스는 문을 닫고 (나중에 알아보니 문을 닫는 건 아니고 투어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구글맵엔 closed로 뜬 것. 부들부들.) 기대하고 기대했던 design district도 일요일이라 대부분 all closed.
아, 모르겠다.
내일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고 숙면했던 지난날의 나.
20180203 인천-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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